‘브륏(Brut)’이라는 매체가 있다. 2016년 11월,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기욤 라크롸(Guillaume Lacroix)와 프랑스 민영 방송 꺄날플뤼스(Canal+)의 PD였던 르노 르 반킴(Renaud Le Van Kim)을 비롯, 몇 명의 방송 PD와 기자 출신들에 의해 창간된 브륏은 SNS 기반의 동영상 전문 신생매체다. 전통미디어로부터 멀어진 세대를 위해 SNS에서 뉴스의 진입점이 되는 매체를 만들고 싶었던 이들의 야망은 그리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실현되었다. 기욤 라크롸에 따르면 런칭 당시 이 매체의 목표는 1년 안에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과 더불어 프랑스 언론의 재정 위기는 심각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로 인해 수많은 언론사가 거대재벌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면서 언론의 독립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가 이러한 거대재벌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15년 볼로레가 캬날 플뤼스 그룹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그룹의 뉴스전문채널인 이텔레(I-Télé) 종사자들은 편집권의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볼
주요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미 없는 정보나 허위 정보가 양질의 정보보다 가시성을 갖게 되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편식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클릭 전쟁에 내몰린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잘못된 정보를 발행하거나 파편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를 양산하기 바쁘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독특한 콘셉트로 살아남은 프랑스 신문이 있다. 주간지 ‘르앙(Le1)’이다. 2
지난 1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써 그는 프랑스 정치 및 사법 역사상 부패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우파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차기 대권을 노렸지만, 이제는 그의 정계 복귀의 꿈도 물 건너간 듯하다. 법원 판결 다음 날, 그의 행보 역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침에는 자신과 가까운 무기 전문 제조업체, 다쏘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르피가로와 인터뷰를, 저녁에는 자신의 친구인 마르탱 부이그(부이그 텔레콤의 CEO)의 채널인 TF1의 저녁
지난해 11월 말부터 프랑스에서는 ‘포괄적 보안법’ 제정을 규탄하는 언론인들과 인권운동가를 비롯, 수많은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살인이나 테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이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보안법 텍스트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제24조다. 이 조항은 심리적 혹은 신체적 훼손을 목적으로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긴 이미지를 유포하는 경우 그 수단과 방식에 무관하게 1년의 징역과 4만50
최근 프랑스의 저널리즘윤리중재위원회(Conseil de Déontologie Journalistique et de Médiation)가 설립 1주년을 맞이했다. 이 위원회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언론인, 언론사 및 시민 사회의 다수의 대표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언론에 대한 일종의 자율규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저널리즘윤리위원회는 많은 민주 국가에 존재하며, 공적 토론의 질을 높이고 올바른 정보에 기초한 시민의 정치적 판단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2015년, 미디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의 ‘미디어 구하기’가 출판됐을 때 한동안 언론의 대안적 경제 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었다. 광고에 기대는 비즈니스 모델은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고, 사기업이 소유한 언론은 사적 이익의 추구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정작 시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 전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하여 그는 독자의 신뢰와 언론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광고가 아닌 독자의 구독과 후원에 기댈 것과 미디어 거버넌스에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카제가 제안한
최근 르몽드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34만 명가량으로 올 초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유럽 언론사들의 구독자 수가 증가 추세라고는 하지만 르몽드의 경우는 그 추세가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르몽드의 편집국장 제롬 페노글리오에 따르면, 그건 바로 저널리즘의 퀄리티와 독자 관계의 심화다. 얼마 전부터 유럽에서는 보다 덜, 그러나 좋은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트래픽에 목메는 언론사들은 재정적으로 점점 힘든 상황에 처하는 반면, 가치 없는
저널리즘의 물적 토대가 무너진 시대에 과연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저널리즘이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익 저널리즘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들이 과거에 언론이 누렸던 대중의 관심과 광고수익을 앗아가면서 서구 언론은 재정적 허약함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퀄리티 저널리즘의 실종 현상으로 이어졌다. 저널리스트 수의 감소도 심각하다 보니 많은 지역 매체에서 피고용형태가 아닌 계약직,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울러 정보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조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역시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심각한 상황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프랑스 언론의 신뢰도는 한국과 더불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이러한 위기는 근본적으로 언론의 소유구조에서 기인한다. 프랑스 주요 언론의 대주주는 대체로 미디어와 관련 없는 거대 재벌들이다. 이것이 결국 ‘자본 권력에 종속된 언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신뢰를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란조끼’ 시위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요 매체들이 시위대의 입
‘드 코레스폰덴트(De Correspondent)’라는 네덜란드의 언론사가 있다. 2013년 9월, 네 명의 젊은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혁신’을 주창하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간한 ‘드 코레스폰덴트’는 당시 새로운 저널리즘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후, 뉴스의 새로운 프레임과 모델을 제안하면서 창간 초기 2만6000명이었던 유료독자가 2019년 말에는 6만 명으로 늘었다.이미 몇 년 전 소개한 적이 있는 ‘드 코레스폰덴트’를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이 매체를 통해 이 시대에 적합한 언론 모델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